(詩) 목계장터 - 신경림
목계장터
( 신경림 : 1936년 忠州生 ~ 2024.5.22卒 )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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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 박가분(朴家粉) :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최초로 상표등록하여 팔던 여성용 화장품(분). 납성분이 많이 들어가서 인체에 해로움을 알게된 이후 사라짐.
※ 방물장수 : 가정에서 필요한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남자는) 등짐을 지거나, (여자는) 머리에 이고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사람을 지칭하며, 삼국시대 이래 1950년 한국전쟁 이전 까지 존재하였음.
※ 토방 : 방에 들어가는 문 앞에다 약간 높고 평평하게 다져 놓은 흙바닥 .
※ 툇마루 : 방과 마당 사이에 있는 좁은 마루 (토방 위의 마루)
※ 청룡 : 목계나루 인근의 강변 마을이름
[[목계나루]]는 조선조 초기 수도를 서울로 정한 이후 한강(남한강)의 광나루~ 여주나루~목계나루를 왕복하는 뱃길 나루터였다. 목계나루는 인근에 물류창고인 가흥창(可興倉)이 설치되어 있어서 보부상들에 의하여 제천 단양 문경등 경상도 까지 생필품이 육상 운송되었던 중부 내륙의 물류(物流) 중심지였다. 600여년 내려온 나의 선영(先塋)이 목계나루에서 1.5 km 거리의 강변에 위치하고, 6.25전쟁으로 소실된 고택(古宅) 대청마루에서 목계나루 솔밭이 보였었다..
[[[ 오늘(5.23) 인터넷을 통하여 고향의 선배 신경림(申庚林) 시인의 별세(5.22) 소식을 듣고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포스팅posting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