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등을 도끼로 찍다
=Facebook에서=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프랑스 샹송 'Qui A Tue Grand-maman'은 이 야비한 조선 땅에 들어와서,
"광주에서 수천명이 죽었고, 게 중에는 칼로 젖가슴을 도려내어 죽임당한 여인도 있다"라는, 과장 거짓 선동 가사로 바뀌었다. 오월가...
1.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넋/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젓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2. 왜 찔렸지 왜 쏘았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 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오월가는 대표적인 '광주-민중 가요'였다. 당시엔 '산자여 따르라'는 별로 그저 그런 취급을 받았었다.
"최소 2~3천명, 최대 5천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해 암매장됐다"--이게 광주에 관한 진실이라고 '인지'(perception)됐다. 80년대 운동권이 폭풍 성장하게 됐던 것은 '오월가'가 대표하는 '5천명 학살' 스토리 덕분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더 이상 '오월가'를 널리 부르지 않게 됐을까? 역설적으로, DJ의 공덕이다. 처음엔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루머 선동이었지만, 나중엔 온 국민이 5천명 학살-암매장 설을 굳게 믿게 됐다. '그들'도 굳게 믿게 됐다. 그래야 자기 자신의 정당성이 강화돼니까..그래야 '우리들은 정의로운 존재야!'라는 우덜식-정의감(자기의, 自己義, self-rigteousness)이라는 도덕적 합리화가 이루어지니까. 그래야 그들의 보잘 것 없이 찌부려져 금간 영혼이 스스로에 대해 눈감아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DJ 때 전남 광주 일대 천지사방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대검에 찔려 죽고 군화발에 밟혀 죽고 개머리판에 머리 깨져 죽은 해골이 무더기로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결과는? 군부-권위주의 정부가 발표한 것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오월가'가 대표하는 스토리는 거대한 거짓, 루머임이 증명됐다. 하긴, 이 야비한 땅에선 이렇게 거짓, 루머임이 증명돼도 그냥 심드렁하게 지나가는 풍토이지만... 이런 식.
"그래, 그거 거짓이야. 그래서? 암튼 너흰 나쁜 놈들이쟎아!"
이런 뻔뻔하고 야비한 사고방식은 ' 교통사고를 낸 조폭'의 행태에 관한 조크를 연상하게 만든다.
사고 낸 험악한 깍두기가 이렇게 말한다는, 썰렁한 농담..
"그래, 내가 사고 냈어. 됐지? 네 차는, 네가 알아서 고쳐!"
한마디로, '오월가'가 대표하는 '5천명 학살-암매장' 스토리는 (아이러니 하게도) DJ가 박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이라는 무참한 이미지를 연상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샹송 'Qui A Tue Grand-maman'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 점, DJ의 공덕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같은 공덕을 쌓고 싶을 것일까?
태극기 물결에 대해 "일당 받은 틀딱(틀니 딱딱, 노인층) 알바들"이라는 음해가 극성을 부렸었다. 그 일당은 박근혜 대통령 혹은 국정원에서 뿌려졌다는 암묵적 메시지가 돌아다녔다. 문재인 정부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악질적 선동이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공덕을 쌓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 후원금을 보낸 2만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의 상식으로는, '극악무도한 공포정치 조치'를 저질렀다. 이 행위에 의해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의 도덕적 정치적 정당성 모두를 불태워 먹었다. 그 결과, "수만 명이 낸 자발적 성금에 의해 태극기 집회가 이루어졌다"라는 명제가 증명됐다. 돈 낸 사람만 수만 명이니까, 한번이라도 참가한 사람은 수백만이란 뜻이다. 태극기 물결을 '틀딱 알바'라고 음해한 거짓 루머를 박살내기 위해, 스스로 극악무도한 공포정치 조치까지 감행한 점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감사드린다. 그 살신성인 희생정신, 경탄할만 하다.
그런데 정말 그게 숭고한 희생정신에서 이루어진 조치였을까? 아니면, 문재인 정부 핵심들이 정말로 "태극기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알바닷!"이라는 거짓 루머가 사실이라 믿고, 그 증거를 잡아내어 한 건 하려고 저지른 무참한 짓일까?
"태극기 물결에 덮어씌워진 거짓 루머를 밝히기 위해 (우리가 욕을 먹더라도) 2만명의 신원을 까자!"라는 숭고한 희생정신인지, 아니면 "우리는 정당한 도덕적 존재! 저들은 타락한 알바적 존재!"라는 우덜식 정의감인지,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만약 우덜식 정의감에서 저질러진 일이라면, DJ 정부가 아이러니 하게도 '오월가'의 거짓을 밝힌 당사자가 됐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태극기 알바'의 허구를 밝힌 주체가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조상님들이 일찌감치 말했다. "제 발등을 도끼로 찍었구만이라우~~"
박해는 일부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지만 다른 일부는 더 용감하게 만든다. 특히 대한민국 정도로 고도화된 사회에선! "뭐, 저것들이 감히 내 구좌를 확인해서 내 신원을 깠어? 무도한 깡패들이나 할 짓 아니야? 진짜 뜨거운 맛이 뭔지 가르쳐 줄까?"
문재인 정부의 은행계좌 수색은 이렇게 분기탱천하는 사람들을 무수히 만들었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얼른 국민들에게 변명 혹은 해명해야 하는 편이 좋다. 다음과 같이!
"위대한 태극기 물결에 대해 '박근혜, 국정원의 돈으로 동원된 틀딱 알바'라는 악성 루머가 극성을 부려왔습니다. 저희는 이 루머를 박살내기 위해,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2만명 시민의 계좌 및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준으로는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짓이었습니다. 그러나 태극기 물결의 명예을 회복하기 위해 취한 극단적 비상 조치였음을 감안하셔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단상(斷想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은 태극기가 휘날려야합니다. (0) | 2018.01.18 |
---|---|
Bitcoin거래규제가 정답이다. (0) | 2018.01.16 |
JTBC는 각성하라.. (0) | 2018.01.07 |
문재인씨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나? (0) | 2018.01.03 |
문재인 정권이 너무도 빗나가고있다. (0) | 2017.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