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三月)
임영조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
~~~~~~
잊혀진 장독대
경칩을 맞아 집안의 낙역을 정리다가
뒷 뜰의 장독대에서 잠시 상념에 머문다.
40년 넘게 한 곳에 자리한 김치독과 장독대.
어머님 생전에 며느리와 함께 봄이면 장 담그고,
가을이면 김치 담그던 곳.
언제 부터인가 장 담그고 김치 담그는 일이 멎어,
잊혀진 장독대를 바라보노라니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 같이 뇌리를 스쳐서 지나간다.
인생도 그리 스쳐서 지나가는 것이리라.
= 2019.3.6. Moo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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