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성공’을 믿으란 말인가
“한국경제는 거시적으로 볼 때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한국경제 성공으로 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경제가 내리막으로 미끄러지는 징조가 뚜렷했는데도 경제부총리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우겼고 결국 IMF사태를 맞았다. 그 때의 악몽이 재현될까 두렵다.현실과 거리가 먼 문 대통령의 언급이다. 어떻게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는지 국민은 답답하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3%, 1분기 성장률을 집계한 OECD 회원국 22국 중에서 한국은
‘꼴찌’이고 투자도 마이너스 10.8%였다. 4월의 실업자 124만 5000명, 실업률 4.4%, 청년실업률 11.5%, 청년체감실업률
25.2%는 통계를 낸 이후 최악이다. 수출은 계속 감소, 2018년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을 넘었고 가구당 실질소비지출은 2.2%
감소했다. 그런데도 경제가 성공하고 있다니 황당하고 또한 당황스럽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옷을 만든다는 거짓말쟁이 재봉사에 속은 욕심 많은 임금님이 그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갔다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현장의 진짜 소리를 듣게 된다. 안데르센이 쓴 동화에 있는 이야기다. 신하들은
어리석음이 탄로 날까 두려워 보이지 않는 옷을 보인다고 거짓말을 했고 임금님도 어리석음을 감추려고 옷이 보인다고 했다. 임금과 신하들 모두
진실을 외면한 것이다.
한국경제가 내리막을 달리는 것은 최저임금 과속인상과 주52시간 등 이른 바 소득주도성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휴수당 포함 최저임금(국민소득대비)은 최저임금 시행 OECD 27개국 중 한국이 단연 1위다. 지급능력과 생산성을 무시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업과 자영업을 문 닫게 하고 일자리를 앗아갔고 경제에 무거운 짐을 올려놓았다.
더 많이 일하고 싶은데도 근로시간이 단축돼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들의 불만은 커졌다. ‘버스대란’도
앞뒤 안 가리고 밀어붙인 주52시간의 후유증 아닌가. 정부는 버스요금 인상과 버스업체 지원으로 버스 파업을 막았다. 버스 타는 서민의 주머니와
국민이 낸 세금이 버스 대란을 막은 방패였던 것이다. 탈(脫)원전의 부작용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던 한전은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전력을 생산·유통하는 공기업의 부실이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적자는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구차한 변명이다.
적자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면서 탈원전을 옹호해야 하는 공기업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탈원전 하면서 전기요금 올리지 않고 버틸 길이 있을까.
국민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까닭을 아직도 알지 못한다.
롯데는 미국 석유화학공장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민을 위한 일자리 수천 개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며 신동빈 롯데회장을 환대했다. 일자리 만든 기업에 대한 예우다. 우리의 일자리가 그만큼
빠져나간 것이나 다름없어 씁쓸하다. 지난 10년 간 한국을 빠져나간 투자는 249조원, 일자리는 92만 개에 이른다. 기업 투자를 부추기고
기업을 붙들어야 일자리가 생긴다. 기업이 떠나면 일자리도 떠나는 것이다.
낙관도 자신감도 좋지만 현장과 크게 괴리된 경제인식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건 경기가 나빠 경제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성장가능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마다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다. 이미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고집하는 한 경제 살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진짜 리더십은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겸손에서 나온다.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 국민의 소리는 듣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벌거벗은 임금님’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적자재정 걱정 않고
복지확대하고 돈 풀어 일자리 만드는 것은 표 얻기 위한 선심정치에 불과할 뿐 제대로 된 정책이 아니다. 실패하고 있는 경제를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를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경제정책을 새로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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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