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상(斷想 )

유치환의 시(詩) : 행복(幸福)

Big Roots 2019. 6. 29. 21:19

행복(幸福)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던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靑馬 유치환: (1908~1967) 경남 거제출신

   행복 : 1953년 月刊 文藝誌에 발표 

유치환 시비

Poppy Field in California-Gregory Frank Harris

Mary Jane Cross作 (American finger painter)

Chopin-Etude for piano no.3 in E  major ,Op.10-3 (Rene Kello)